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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주류

프리미엄 주류 ‘전성시대’

2011년 05월 31일 10시 22분 위스키-싱글몰트·17년산 이상 인기몰이
맥주-맛의 다변화·개성 추구 수입산 불티


사회적인 윤활유에 비유되는 음료. 무엇에 홀린 듯 마음을 털어놓게 만드는 마법의 음료. 노래와 사랑을 저절로 논하게 하는 음료. 술이다. 환경이나 상황, 지위, 관계를 막론하고 술에는 만국 공통 풍류의 정취가 배어 있다. 그만큼 누구에게나 ‘친한 친구’와 같은 존재란 얘기다. 생활의 활력소이자 피로 해소제로 그저 편하게 아무거나 마시면 되는 줄로만 알았던 술. 무슨 유행이 있을까 싶은데 위스키와 맥주를 중심으로 한 주류시장에 최근 고급화, 개성, 취향을 아우르는 ‘프리미엄’ 트렌드가 속속 감지되고 있다. 한국의 술 문화가 점점 바뀌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편집자 주>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의 주류 코너를 찾은 김준환(45)씨. 지인에게 위스키를 선물하기 위해서다. “요즘 어떤 게 잘 나가나요?” 주류코너 관계자가 진열대 위에 놓인 조니워커, 시바스리갈, 발렌타인을 가리켰다. 

“특히 선물용으로는 발렌타인 17년산 인기가 높아요. 12년산보다는 숙성을 더 시켜 아무래도 부드럽고 풍미가 좋거든요. 가격은 12년산이 5만원, 17년산이 14만5000원이예요.” 21만8000원인 발렌타인 21년산은 살짝 부담스러워 김씨는 발렌타인 17년산을 골랐다. 

양지현(34)씨는 주말이면 집에서 남편과 오붓하게 위스키를 즐기는 게 취미다. 이번엔 좀 더 깊은 맛이 나는 종류를 마셔볼까 하고 가자주류백화점 할인매장에 들렀다. “집에서 드시든 선물용으로 하시든 연산이 높을수록 맛도 좋고 고급스러움을 주기 때문에 요즘 많이 찾는 편입니다. 손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이 발렌타인 17년산인데 시바스리갈 18년산도 판매가 잘 되고 있어요.” 

나이를 먹는다는 건 아무래도 달갑지 않다. 하지만 술은 예외다. 오래 묵힐수록 귀하고 값지다. 향이 좋아지고 맛도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최근 위스키의 인기는 대중적 위스키로 통하던 전통의 저가 12년산보다 17년산 이상 고가 슈퍼 프리미엄 제품이 주도하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임페리얼 17년산과 21년산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9.8%, 83.8% 늘었다. 이에 반해 12년산급인 임페리얼클래식은 7.8% 감소했다. 12년산보다 3배가량 비싼 발렌타인 21년산과 30년산도 판매량이 각각 10.6%, 11.1% 증가했다. 12년산의 감소율은 25.2%였다. 

고급 양주에 속하는 로열살루트 21년산은 6.8% 늘었고 국산 위스키인 골든블루도 12년산은 17.4% 감소한 반면 17년산은 43.2% 증가했다. 물량으로 치면 여전히 12년산이 주력 품목이지만 성장세는 17년산 이상 위스키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12년산 양주는 맥주와 섞어 마시는 이른바 ‘양폭(양주 폭탄주)’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술. 도수가 높은 양주 대신 소주에 맥주를 탄 ‘소폭(소주 폭탄주)’ 문화가 확산되면서 위스키 소비량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12년산 위스키 판매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생활 수준 향상으로 12년산을 즐기던 위스키 애주가들이 값비싼 17년산 이상 고급 블렌디드 위스키로 옮겨 가고 있는 점도 한 요인이다. 위스키를 그 자체로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오래된 연산=좋은 술’이라는 한국인들 특유의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 

통상 위스키는 6~8년산 스탠더드급, 12~15년산 프리미엄급, 17~21년산 슈퍼 프리미엄급으로 구분한다. 이제는 17년 이상급은 돼야 제대로 위스키를 마셨다고 생각한다는 것. 외국에서는 흔한 8년산 스카치 위스키를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위스키 업체들도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17년 이상의 위스키 마케팅에 힘을 싣고 있다. 발렌타인 주류를 수입·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발렌타인 17년산과 21년산, 30년산의 모든 제품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바꿨다. 최고급 패키지로의 교체를 통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 슈퍼 프리미엄 위스키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또 프리미엄 추세와 고급화·세분화되는 국내 위스키 애호가들의 섬세한 취향을 반영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연산인 19년산으로 ‘임페리얼 19 퀀텀’도 내놓았다. 병 용기를 실버 프레임 장식과 세련된 라인으로 디자인해 기존의 임페리얼과 달리 고급스럽게 차별화했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 17’은 스코틀랜드 최고의 마스터 블렌더인 더글라스 머레이가 직접 블렌딩해 한국인과 세계인의 입맛을 고루 만족시키는 맛과 향, 세련됨과 중후함을 조화시킨 패키지로 특화했다. 

올 1월에는 배우 이병헌을 모델로 프리미엄 위스키임을 상징하는 황금색, 세련된 영상미를 활용한 광고를 통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영국에서 열린 세계적 주류 평가 대회IWSC에서 15~17년산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최고상인 ‘골드 베스트 인 클래스’를 수상한 바 있다.

수석밀레니엄의 골든블루도 17년산에 이어 지난해 11월 22년산을 출시했다. 위스키의 맛과 향을 한국인의 취향에 맞췄으며 고급스런 수공예 도자기 패키지로 품격을 높였다. 

12년산 브랜드위스키 시들

지난 25일 오후 6시 서울 신세계이마트 성수점. 최근 유통업계로는 처음 오픈한 싱글몰트 위스키존을 찾아가 봤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및 아일랜드 산지에서 한정된 양만 생산되기 때문에 품목당 국가별 할당량이 몇 백 박스에 불과하다. 

주로 호텔이나 일부 고급 바 외에는 구하기 어려운 ‘귀한 몸’이라 어떤 모습으로 마트에 자리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고가의 술인 만큼 그 자격과 지위에 걸맞은 소규모 공간에 특별하게 ‘모셔져’ 있었다. 블랙 컬러의 거울형 진열대에 조명까지 비춰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겼다. 

싱글몰트 위스키존은 크게 ‘섬세하고 부드러운 맛’ ‘잘 익은 과일맛’ ‘깊고 진한 맛’ ‘개성이 강한 맛’ 등 4가지 테마로 구분해 놓았다. 맥캘란, 글렌피딕 등 잘 알려진 브랜드 외에도 라프로익, 아벨라워 등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상품까지 20여 종을 판매하고 있었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해외에서는 지역이나 브랜드에 따라 나누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소비자들, 특히 초보자들을 위해 맛과 향을 기준으로 진열했단다. 가격대는 5만~20만원 정도로 고급 호텔 판매가격의 3분의 1 수준, 주류 전문점에 비하면 10~15% 저렴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풍부한 스모키향과 꽉찬 보디감의 ‘탈리스커 10년’, 잘 말린 과일과 다양한 너트 등 깊고 진한 맛의 ‘싱글톤 12년’, 과일과 꿀의 달콤한 향에 중간 정도의 보디감을 가진 ‘오반 14년’이 인기가 좋은 상품이라고. 이마트 주류 담당 신근중 바이어는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은 매년 두 자리 수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5년간 2.5배 가까이 커졌다”며 “이마트는 최근 수요가 늘고 있지만 블렌디드 위스키에 비해 가격이 높고 구하기 어려웠던 싱글몰트를 고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전문 매장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올해 안에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 10여 개의 싱글몰트 존을 설치할 계획이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한 곳의 증류소에서 발아한 보리만으로 만든 위스키다. 중국의 부호들도 푹 빠졌다는 이 술, 요즘 인기가 대단하다. 2009년과 2010년 모두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판매량을 살펴보면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총 5만5662상자(1상자=12병, 700㎖)가 팔렸다. 지난해 보다 10.3% 성장한 수치며 2006년 같은 기간에 판매된 2만3730상자보다 무려 2.3배나 증가했다. 

5년 새 2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이 주춤하는 가운데 약 98%를 차지하는 블렌디드(싱글몰트에 호밀, 귀리 등으로 만든 그레인 위스키를 섞은 것) 위스키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률 둔화 추세인 것과는 상반된다.

싱글몰트 위스키가 이토록 화려한 ‘비상’을 하는 이유는 뭘까. 첫째는 좋은 위스키를 마시려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 둘째는 싱글몰트의 다채로운 맛과 향의 어필, 셋째는 개성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마니아 문화 확산이다. 맥캘란을 수입하는 맥시멈코리아 관계자는 “싱글몰트 위스키가 국내 일반 소비자들에게 알려진 것이 채 10년도 되지 않았고 블렌디드 위스키에 비해 30%가량 가격이 고가인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로는 글렌피딕, 글렌리벳, 맥캘란 등이 있다. 시장점유율 면에서는 글렌피딕과 맥캘란이 1, 2위를 다투고 있다. 맥시멈코리아는 소비자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맥캘란 1700 프레지던트 에디션’을 선보였다. 

기존의 700ml 용량을 500ml로 축소하고 가격도 낮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롯데칠성과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 공략을 위해 각각 ‘스카치블루 싱글몰트’와 ‘더 글렌리벳 25년’ 등 신제품을 출시하고 나섰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던 싱글몰트인 ‘벤리악’과 일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아란’도 최근 한국에 들어 왔다. 

싱글몰트의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글렌피딕 한국법인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측은 “수제 명품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의 경우 2013년까지 약 2배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젊은층 “색다른 맥주라면 비싸도 좋아”

비단 위스키뿐만이 아니다. 수입 맥주로 대변되는 프리미엄 맥주 시장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다양한 양조 기법을 적용한 수입 맥주는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류업계와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4375만달러로 5년 전보다 2배 이상 커졌다. 올해 1∼4월 세관을 통과한 맥주 수입액을 보면 1540만6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늘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맥주 수입액의 35.2%에 해당하는 수치로 이런 추세라면 올해 수입액이 5000만달러에 이르러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국내 수입 맥주시장은 3조5000억원대인 전체 맥주시장의 3~5%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밀러’와 멕시코의 ‘코로나’, 아일랜드의 ‘기네스’, 벨기에 ‘호가든’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네덜란드의 ‘하이네켄’과 일본의 ‘아사히’가 ‘빅2’로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아사히맥주가 26.5%의 점유율로 25.5%에 그친 하이네켄을 제치고 선두를 탈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맥주의 폭발적인 성장세 요인은 우선 깔끔하고 세련된 맛에 있다. 발효 과정에서 일반 맥주보다 당분을 분해하는 능력이 강한 효모를 사용, 충분히 발효시킴으로써 맥주 내 당분을 거의 제거한 담백한 맛의 맥주를 제조하기 때문. ‘아사히 수퍼 드라이’가 대표적이다.

차별화된 맛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영업과 다양한 프로모션 및 광고를 진행한 결과이기도 하다. 아사히맥주를 수입·판매하는 롯데아사히주류 박진희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몇 년간 국내 대형호텔과 일본 음식점, 바 등에서 아사히생맥주 취급 업소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편의점, 대형마트, 클럽 등 채널 확대를 통해 젊은 소비자층을 적극 공략하는 프로모션을 실시한 것이 매출 신장의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배우 차승원을 모델로 한 CF를 제작,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이미지로 한층 어필하고 있다. 

아사히를 필두로 특히 기린·삿포로 등 일본산 맥주가 특유의 깨끗한 맛으로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띈다. 일본 맥주 수입액이 472만6000달러로 전체 수입액 대비 30.7%를 차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수입맥주 시장은 특히 밀러, 하이네켄 등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과 네덜란드로부터의 수입이 줄어든 반면 아일랜드, 독일, 벨기에, 체코 등이 눈에 띄는 성장을 기록했다. 그동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유럽 국가의 맥주도 다양하게 수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산 맥주시장에도 프리미엄 바람이 분다. 오비맥주가 지난 3월 100% 독일호프와 골든몰트(황금맥아)로 깊고 풍부한 맛을 구현한 프리미엄급 ‘OB 골든 라거’를 출시한 것. 프리미엄 맥주가 지닌 짙은 풍미를 자랑하면서도 기존 캔맥주처럼 집 앞 가게에서 언제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매력을 더했다. 기존 국산 맥주와의 차별화로 이 제품은 출시 두 달 만에 판매량 2000만병(330ml기준)을 돌파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이트도 고가의 프리미엄 맥주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입맛이 다변화되고 해외여행객·유학생이 증가하면서 맥주 시장이 다변화하고 있다”며 “수입 맥주 등 프리미엄 맥주 시장은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깊은 향 싱글몰트 위스키는 천사의 선물

“맛 좋은 아일레이 싱글몰트가 코앞에 있는데, 왜 일부러 블렌디드 위스키 같은 걸 마신단 말이오? 그건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려는 순간에 텔레비전 재방송 프로그램을 트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니겠소?”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여행하고 쓴 에세이 <위스키 성지 여행> 중 한 구절이다. 싱글몰트 위스키의 그 풍미가 얼마나 일품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단일 증류소에서 발아한 보리로만 만든 술이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100% 몰트(보리)를 사용하기에 생산량이 제한적이며 오랜 기간에 걸친 숙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특유의 맛과 향이 강하며 생산되는 증류소, 지역, 물, 오크통, 풍토, 만드는 사람 등에 따라 그 성격이 구분된다.

이에 반해 블렌디드 위스키는 25~30%의 몰트 위스키와 비교적 저렴한 옥수수, 호밀 등을 사용한 그레인 위스키를 섞어서 생산하므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가격이 싸다. 수십 종의 위스키 원액과 수십 곳의 위스키 원액을 조합해 만들기 때문에 개성이 덜하고 맛과 향도 상대적으로 좀 떨어진다. 

전희진 기자 hsmi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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